나는 구글이 싫었다.

구글에 반대하며 지메일도 거의 쓰지 않고 있고, 다른 구글 플랫폼을 벗어나 다른 플랫폼으로 옮기고 있다. 하지만, 아이폰으로 옮기고 나서 몇주간을 생각해보니 내 분노의 대상은 구글이 아니라 애플이여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카카오, 구글에 가지고 있던 분노의 이유가 애플이라는 기업 자체를 강타한다. 물론 나도 알고 있었고, 구글 못지 않게 애플을 싫어하고 있었다. 새롭게 휴대폰을바꿀 때에도 OS만 구글이고 제조사는 다양한 (삼성이..겟지만..) 안드로이드 휴대폰과 휴대폰 하드웨어, 악세사리, OS, 결제, 게다가 웹엔진까지 제한하고 독점해버린 애플과는 비교가 된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이번에 플립이 잘 나와서 그것으로 바꾸려 했다. 물론 에어팟 수리를 하러 갔다가 아이폰에 홀리듯이 들어가버렸다. 한동안 애플의 통합 생태계의 편리함에 매료되어 내가 빅테크 기업에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며 어떤 불만과 어떤 사상을 가지고 있는지 잊었었다.

하지만 이 문제는 구글이나 애플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따라서 애플과 구글만을 싫어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건 모든 빅데이터 산업과 모든 데이터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이고, 현대 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문제인 것 같다. 개인에 맞추기 위해, 광고주와 개인을 동시에 만족시키기 위해선 개인정보의 수집이 불가피하다. 최소한의 개인정보 수집이라 해고 결국 수집해야 하는 개인정보는 한둘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의 개인정보에 대해 어떤 것을 기업에게 주고 어떤 것을 주지 않을지 선택할 권리가 있어야 하고, 선택에 신경써야 한다. 특정 앱을 잘못 설치했다가 지금 모습이 데이터센터에 축적되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 이러한 점에서 개인의 Privacy 선택권을 최대한으로 존중하는 애플은 본받을 만 하다. 애플이 선구적으로 도입한 Ask app not to track이나 앱별 개인정보 관리, 카메라 사용과 마이크 사용 표시는 안드로이드에서도 도입하려 하고 있으니까 이건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애플은 광고 받는 장사가 아니니까 할 수 있는 거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구글은 태생이 검색엔진이고 광고 받는게 중요하고 가장 큰 수입원인 기업인 만큼 개인정보 수집에 가장 신경써야 하면서도 가장 필요한 기업이다. 앞으로 어떻게 할지 궁금하다.

난 아이폰을 사용한다. 앱 트래킹은 다 차단했고, 필요한 것 외에는 카메라를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 IP별 개인화도 좋아하지 않아 Private Relay도 잘 쓰고 있다. 하지만 매일매일 구글을 사용하고, 어쩔 수 없이 트래킹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는 개인정보를 흘리고 다니지 않고 꽉 매고 다니는게 중요하다. 계정 보안과 로그아웃은 당연히 중요하고, 무분별하게 계정 연동을 하거나 가입하는 것도, 공개된 웹 상에 자신의 전화번호나 주소, 이메일 주소들을 과도하게 공개하지 않는것도 중요하다.

HTTPS 연결 확인도 중요하고, WiFi가 믿을 만 한지, 이 네트워크가 믿을 만 한건지도 중요하다. 신경써야 할 게 많지만 철저히 익명으로, 해킹당하지 않을 예방법을 생각하면 쉽다. 개인정보 보호와 해킹 방지는 방법이 비슷하다. 주의해야 할 것은 믿을 만한 곳에 흘리는 개인정보이다. 구글이나, 네이버. 믿을 만 하지만 가장 필요한 회사이다. 가장 이용해먹는 회사이고. 이 점만 주의한다면 일반적으로 자신의 개인정보를 관리한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