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lines
9.1 KiB
Markdown
32 lines
9.1 KiB
Markdown
---
|
|
date: 2021-01-28T06:14:00.000Z
|
|
description: ""
|
|
draft: false
|
|
title: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 걸까..
|
|
slug: what-i-wanted-to-do
|
|
---
|
|
나는 개발자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나 나름대로 여러가지 언어를 배우기도 했고 컴퓨터 관련된 여러 가지 활동을 하면서 나의 꿈을 키워나간다고 믿었다.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외적으로 개인적인 공부도 많이 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진로를 정하려고 했다. 고등학교 3학년이라 앞으로의 진로를 정해야 했고, 이런 저런 고민을 하다 보니 내가 공부했던 것들이, 또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이 단순히 빙산의 일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
|
|
|
과학고를 다니는 덕에 수학적인 내용을 기본으로 하는 여러가지 컴퓨터 분야에 대해서는 나름 쉽게 공부할 수 있었다. 문턱이 낮았던 덕에 컴퓨터 아키텍쳐나 논리회로, FPGA, 어셈블리 언어에 대해서까지 공부를 하고는 했다. 이외에도 미래지향적인 양자컴퓨터나 양자논리에 대해서는 특히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반도체에도 큰 관심이 있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냥 컴퓨터에 관련된 것이면 폭넓게 무엇이든 관심을 가졌었던것 같다. 컴퓨터란 물체를 설명하는 여러 원리나 그것을 활용하는 여러 방법에 대해 깊은 호기심이 있었다.
|
|
|
|
2학년, 대학을 지원하기 시작하면서 진로를 정할 때 즈음에는 정보보안에 대해 공부하고 있었기에 그 주제를 진로로 잡고 자기소개서를 썼었다. 내가 정보보안에 관심을 두게 된건 [Live Overflow](https://www.youtube.com/channel/UClcE-kVhqyiHCcjYwcpfj9w)란 외국의 유튜버를 알게 되고 나서였는데, "비밀"이라는 알려지지 않은 부분들을 탐구하고 분석해 나간다는게 흥미로웠던 것 같다. 나에게 정보보안이라는 분야 자체가 생소했고, 또 비슷한 수학 분야를 공부했었기에 자연스럽게 그쪽 분야에 흥미를 느낀것도 없지 않아 있을 듯하다.
|
|
|
|
대학교에 떨어지고 나서 좌절하고 방황하고 있을 때 고맙게도 때마침 포스텍 해킹캠프에 참가했다. 보안쪽을 나름대로 미리 공부해 두었다고 생각했기에 부담없이 참여할 수 있겠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최하위 점수를 받았다. 팀 협업이 잘 되지 않았던 점도 있겠지만, 나는 아, 결국에 내가 무얼 하든지 각 분야에서는 이미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넘쳐나구나, 라는것을 깨달았다. 제한된 환경에서 제한된 교육만을 받고 자라온 나로서는 그때까지 이런 점들을 느끼기 힘들었다. 전국적인 대회에 참여하면서 나는 살면서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열등감을 느꼈다. 때마침 개인적으로 공부하던 부분에서도 한계를 느꼈고, 이걸 직면하고 나니 나는 컴퓨터라는 분야에 처음으로 싫증이 났다.
|
|
|
|
정확히 말하면 싫어졌다기 보다는 지겨워졌다는 의미가 더 맞는 것 같다. 아키텍쳐나 어셈블리 언어에 대한 내용은 컴퓨터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는 않았는지 중간중간 남는 시간이면 찾아보거나 여러 글을 읽으며 공부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개발이라는 것에 대한 의미를 잃고 말았다. 물론 이 일련의 사건은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봤을때 별것 아닐테지만.. 개인적으로는 좀 충격이었다.
|
|
|
|
#### **결심?**
|
|
|
|
나는 앞으로 컴퓨터란 분야가 어떵게 발전될지 개발 양상이나 그러한 기술적, 경제적 이야기 하는것을 좋아한다. 이러한 분야에 관심이 있는 친구에게 나의 이런 저런 생각을 공유하고는 했다. (이러한 점은 우리 아버지의 영향이 가장 컸던것 같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보면 결국에는 항상 대학이 중요하다는 결론이 나고는 했다. 대학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나의 진학에 대한 이야기가 안나올 수 없었고, 이런 이야기를 하며 나는 마음 속으로 진로 방향을 결정해야 했다. 나는 원래 컴퓨터 공학과에 진학하고 싶었다. 더 나아가 공부 스탯을 쌓아 결론적으로 정보보안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이 내 중간 목표였다. 사실 최종 목표는 컴퓨터 분야에 대한 패러다임을 새롭게 만들고 싶다는 말도 안되는 거창한 것이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무척이나 헛된 꿈이었던 것 같다.
|
|
|
|
나는 암호학, 정보보안, 네트워크, 로우-레벨 코딩, 하드웨어 설계, 반도체, 양자컴퓨터, 소프트웨어 공학, 등등..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위에 있는 단어를 나열하면서 가장 나에게 끌렸던 분야는 다름아닌 반도체와 하드웨어 프로그래밍, 로우레벨 코딩이 가장 끌렸었다. 이런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고민을 꽤 했는데.. 내가 제일 최종적으로 하고 싶었던 일은 무엇이었을까..? 아마.. 컴퓨터 아키텍처를 분석하고 그런 시스템을 리버싱 하거나 설계하는 것이였던 것 같다. 마냥 소프트웨어 공학이나 개발보다는 그냥 논리회로 같이 컴퓨터 기계적인 분야에 더 관심이 있었고, 양자컴퓨터에 대해서 공부를 하다 보면 또 양자세계에서는 다르게 적용되는 새롭게 정리되고 개발되는 아키텍처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싶었다. 이런것들을 생각하고 생각하다 보니 결국 시간이 다가왔고, 컴퓨터 공학과인지 전기전자 공학과 인지 결정해야 할 때가 와버렸다. 컴퓨터 공학과는 뭐랄까.. 너무 공학의 느낌이 안났다. 뭐 딱히 그래서는 아니지만, 난 컴퓨터도 배울 수 있고 또 반도체/하드웨어 분야에 대해서도 연구를 하는 전기전자 공학과를 가고 싶어졌다.
|
|
|
|
이제 고등학교 3학년이라, 그러한 고민을 하기에 적당한 시기였지 않나 싶다. 전기전자 공학과를 가기로 한 이상 이제 대학교나 그 이상의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때가 되었었다. 같은 전기전자 공학과라도 서울대도 있고 카이스트도 있고 포항공대도 있다. 하지만 이미 진학 실패를 경험한 나로서는 어떤 대학에 들어간다거나 어디를 붙을 수 있는지 내 위치가 정확히 어딘지 잘 모르겠었다. 물론 제일 가고 싶은 것은 서울대학교이겠지만 그것은 이미 오래전에 막혔고. 나의 미비한 성적으로는 잘해봤자 카이스트에 가는 정도였던 것이다. (그것도 이번 내신을 엄청나게 잘 봤을때의 이야기이다.)
|
|
|
|
나는 포스텍도, 카이스트도 고려대학교도, 연세대학교 별 상관은 없었다. 어디를 가든 대학교에 가면 심화된 교육을 받을 수 있을테고, 또 나의 꿈을 실현시키는 데에는 내 노력이 필요하지 학교는 별 상관이 없을 테다. 근데 대학은 가야하지 않는가.. 그렇다. 나는 지금 공부를 해야 한다. 한국에서 가장 공부를 많이 한다는, 고3이라는 시절에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걸까. 난 방황하는 척 하며 사실 놀았던 것과 다르지 않았다. 아무리 공부를 했어도 하고싶은 공부만 골라서 했으며 실제로 노력한 시간은 별로 없었다. 물론 지금까지의 생활에서는 충분히 많이 노력하고 있지만, 고등학교 3학년이라는 시기에 비해서는 (내가 상상한 것에 비해서), 또 내가 원하는 학교를 가서 내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정도의 공부를, 노력을 나는 지금 하고 있지 않는것 같다.
|
|
|
|
얼마나 합리화를 해도 내가 충분히 노력했다고 생각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루종일 다른 생각 안하고 공부에만 매진해도 결국에는 체력이 딸려서 몇분동안은 졸게 되어있고, 아무리 열심히 다짐해도 컴퓨터 인터넷 한번에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기도 했다. 참, 이런 생각을 하니까 옛날 부모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이 난다. 너 생각하는 열심은 열심이 아니라고,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자주 말씀하시곤 했는데, 어렸을 때에는 이러한 말을 잔소리로만 생각했다. 엄마는 내가 얼마나 노력하는지 모르면서 엄마의 기준을 들이대지 말라고 말이다. 진정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면, 그것은 자신에게는 '더 열심히 해야 한다'라는 강박과 '더 열심히 하고 싶다'의 욕망의 형태로 다가와야 한다. 아무리 집중하고 노력해도 불안하고 더 해야하는 것 같아서,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진심으로 자신을 밀어붙이는 상태가 되어야 열심히 했다고, 열심히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라고 생각이 들기도 한다.
|
|
|
|
어쨋든 결론적으로 대입이 가까워 지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들면서 긴박해 졌고, 전혀 쓰지도 않던 블로그도 쓰고 있다.. 이런 생각들을 정리하면서 글을 쓰다 보니까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게 되는것 같다.
|
|
|
|
이제 공부하러 가야지.. |